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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한민족과 기독교(4)/ 장효현 교수
작성일[2010/10/26 16:41:17]    

 (한민족과 기독교 4)
18세기 조선의 천주교

장효현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대기독교수회 회장)

18세기 영조·정조시대는 정치적 안정과 함께 문화적인 융성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진보적인 학자들에 의해 천주교가 깊이 있게 연구되어 신앙의 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주교를 연구하여 믿은 초기의 학자들은 대체로 정권에서 소외되었던 남인(南人) 계통의 학자들이었다.
  남인 실학자의 태두라 할 이익(李瀷)은 비록 긍정적 견해는 아니지만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읽은 후 예수의 강생(降生)과 천주교의 발전 유래를 논한 바 있고, 그 제자인 안정복(安鼎福) 역시 긍정적 견해를 밝히진 않았으나 당시 사대부 사회의 조류가 “명경석유(名卿碩儒)로서 서학서(西學書)를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익의 제자인 남인 실학자들에게서 천주교를 믿은 학자들이 대거 배출된다. 이익의 제자인 홍유한은 천주교를 연구한 끝에 안식일을 지키며 소백산 근처에서 13년간 숨어 살면서 수도생활을 했다고 하며, 뒤를 이은 이벽(李蘗), 권철신(權哲身), 권일신(權日身), 이가환(李家煥), 정약전(丁若銓), 정약종(丁若鍾), 정약용(丁若鏞), 이승훈(李承薰)이 그에 해당한다. 이들은 1779년 이후 7년간 경기도 광주의 천진암과 주어사에 모여 청나라로부터 도입된 ‘천주실의’, ‘성리진전(性理眞詮)’, ‘칠극(七克)’ 등의 연구를 거듭하다가 안식일을 지키고 묵상하기 시작하여 자발적으로 천주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이때에 가장 열렬한 신도는 이벽이었는데, 그는 교리 서적을 얻어 오기 위해 북경의 천주교 성당에 보낼 사람을 찾던 중 사신으로 북경에 가게 된 이승훈에게 임무를 부탁하게 된다. 1783년 북경에 간 이승훈은 40여 일간 체류하면서 Grammont 신부로부터 조선교회의 반석(盤石)이 되라는 뜻에서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영세를 받아 천주교 신자가 된다. 당시 북경교구의 주교이던 Gouvea 주교가 동료 주교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조선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입교 사실에 그가 얼마나 놀라고 기뻐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후 양반계급의 남인 실학자들과 중인계급에 걸쳐 교세가 확대되어 오늘날 명동의 중인 출신의 역관(譯官)인 김범우(金範禹)의 집을 집회소로 정하고 회합을 가졌는데, 1785년에 이곳이 급습을 당해 10여 명이 체포된다. 양반은 석방되고 중인인 김범우만이 혹형을 당하고 충청도로 유배를 가 그곳에서 숨진다.
그 후 탄압을 무릅쓰고 신앙을 굳게 하기 위해 자치교회를 설립키로 결정하고 권일신을 주교로 추대하고 이승훈 등 수 명이 신부가 되어 교회 성무를 맡아 보며 신품권(神品權)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일 년 정도 시행하다가 교회법에 어긋나는 자치교회를 일단 해산하고 성직자의 파견을 간청하게 된다. 이에 1791년에 북경교구에서 Remedios신부를 파견했으나 신해(辛亥)박해 사건(1791)으로 말미암아 국내 신자와의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아 만주 국경에서 되돌아가게 된다. 
  신해박해 사건은 윤지충(尹持忠)과 그의 외종형 권상연(權尙然)의 순교 사건을 말한다. 전라도 해남(海南)의 양반으로서 부친 때 진산(珍山)에서 살게 된 윤지충은 정약용의 어머니 윤씨의 조카인데, 서울에 올라왔을 때 김범우를 알게 됐으며, 정약전의 가르침을 받아 영세를 받게 되었다. 그 후 집에 돌아와 위패(位牌)를 없애고 조상에 대한 제사를 폐지하였다. 1791년 모친상을 당했을 때 위패를 모시지 않음으로 해서 친척들의 비난을 입게 되는데 권상연만이 이를 적극 옹호했다. 이들은 전주감영으로 압송되어 참수형을 당한다. 


*사진설명 (상)천주실의 (하)천진암-이벽강학회터

<ⓒ무단수정.변조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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