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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노 교수의 선교논단(2)
작성일[2010/11/18 17:26:25]    

 노 교수의 선교논단(2) 
가난한 세계 교회와의 연대
노윤식  교수
(성결대학교 선교신학)

제직 및 평신도 세미나 강사로 초대된 한 리베리안 목회자는 카메룬 목회자들과 평신도들 앞에서 청지기직의 본질은 “은사를 나누는 일”임을 강조했다. 그는 널리 수용되고 있는 아프리카 사회의 물물 교환을 통해 서로 돕는 풍습을 예로들면서 서로 나누는 것이 주님께 헌신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임을 설명하였다. 그 때 한 목회자가 일어나서 질문하였다. “만일 친한 친구가 서로 돕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친구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더 이상 돕지 않고, 도와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 능력이 없는 친구에게 스스로 해결하라고 한다면 그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인가요?” 그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계획된 원조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하여 탄식하면서 질문한 것이다.

이러한 오해와 갈등은 서로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 문화는 상호 연결과 나눔을, 다른 문화는 독립과 자기 충족을 강조한다. 선교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후원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문화차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 편에서는 재정 독립을 요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재정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기를 원한다. 이 쪽에서는 독립성과 자력갱생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고 저 쪽에서는 상호 연대와 공생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한다. 한 쪽에서는 가난함이 “악하고 게으른 종”이 하나님의 주신 재능을 사용하지 않고 땅에 묻어두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 한쪽에서는 하나님의 재물을 맡은 “부유하고 풍요로운 청지기”가 물질을 나누어 도와주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전자는 시장 경제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대변한 것이요, 후자는 물물 교환 방식의 부족 사회나 농경 사회를 대변하는 것이다.

말리노프스키(Bronislaw Malinowski)는 뉴기니 근처 트로브리안(Trobriand) 군도에서 부족간의 교역 형태인 쿨라(the Kula) 시스템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부족들은 물물의 상호 교환시스템을 통해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도 평화를 유지하였다. 이 시스템은 이타주의의 관용의 단계에서부터 값을 흥정하며 옥신각신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는 말리노프스키의 상호 호혜성 이론에 대하여 서구적인 입장에서 분석되었다고 비평하며, 물건이나 선물을 줄 때에 보상이나 댓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순수한 선물”도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는 재화나 물건의 교환에 대하여 고대 사회의 세 가지 의무에 대하여도 설명하였는데, 그것은 “줄 의무,” “받을 의무,” “갚을 의무” 등이다.

카메룬의 사바나 북부에 사는 18,000명 정도 되는 도와요(the Dowayos) 종족이 있다. 이 종족은 부족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이 종족의 리더쉽은 부와 연결 되어 있다. 가장 많은 소 떼를 가지고 있는 자가 종족의 대표가 되는 데, 그 이유는 종족 대표가 성인식 축제를 후원하고 진행해야 할 만큼 부와 재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축제의 모든 경비를 후원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종족의 대표가 되지 못한다. 그는 해마다 열리는 성인식에서 할례식을 집전하고, 할례 받은 이들은 그를 평생 따르며 존경한다. 그는 종족의 대표성과 사람들로부터 명예와 존경을 받는 댓가로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 축제 의식들을 후원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재물을 베풀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종족 대표와는 달리 “재물을 받아야 하는 의무”를 가진 “전통 종교술사”가 있다. 그는 영적인 세계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인 부유함을 부족민에게 선사하는데, 부족민은 그에게 “땅콩 한 접시” 정도의 작은 선물로부터 “소나 염소”와 같은 고가의 제물을 바치기도 한다. 제물이 만족되면, 한 해 풍작이 오고, 가족들이 건강함을 누린다. 이러한 주고받는 관계는 일생동안 계속되는데, 만일 중간에 이 관계가 끊어지면 재물이나 건강 등이 사라지고 질병과 화를 당하게 된다. 이것은 부의 창출과 영적인 관계 회복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이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영적인 지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아프리카의 어느 전통 마을에 서구 교육을 받은 선교사가 새로운 교회에 취임하여 교회 식구들을 집에 초대하였다. 서구에서는 이사한 후에 이웃에게 얼굴을 알리는 의미로 간단한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다. 그는 부담 없이 자신의 집을 개방하여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그런데, 전통 사회에서는 영적인 지도자가 초대를 하는 것을 “선물을 바치는(gift-giving)” 관계 형성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교인들은 “새로 온 선교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얻고자 기대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부담감을 갖고 초대에 응한다. 그러므로 심방이나 초대를 할 경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초대의 목적인 친밀한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의 대 심방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심방의 목적이 “선물을 바치는” 전통적인 주술적 관계로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지도자는 심방을 통해서 각 가정의 어려움과 필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함께 그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전통 사회 뿐 만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제 3 세계, 아니 미국에서조차 “선물을 주는” 문화는 현대 후기 사회에서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기 전에 하는 의식인 “베이비 샤워”는 산모에게 출산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친구들이 선물을 주는 경우이다. 한국에서도 존경하는 스승이나 종교 지도자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주는 것은 “선물을 주는”방식으로 이해하면 좋다. 성경에서도 “사람의 선물은 그의 길을 넓게 하며 또 존귀한 자 앞으로 그를 인도하느니라”말하며 선물의 중요성을 지적했다(잠 19:16). 물론 성경은 이익을 탐하거나 뇌물을 받는 것을 금하고 있다(잠 15:27). 그러나 최근 “감사의 선물”이 그 선을 넘어 “댓가성 뇌물”이 되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물론 부정직한 뇌물은 잘못된 것이지만,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선물을 주는” 문화는 전 세계적일 뿐 만 아니라 성경적인 문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는 선교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선교에 참여하는 선교사들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지도자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영적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매일 매일의 생활 속에 풍성함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돌보아야 한다. 서구 선교사와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교회 지도자들은 영적인 세계와 세속적인 생활을 구분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영성과 생활은 하나이고, 성령은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경험되고 활동하는 거룩한 하나님의 영이시다. 만일 일상생활의 가치와 영적인 가치를 분리하여 영적인 복만 강조한다면, 기독교의 하나님은 인간의 현실과 무관한 힘없는 신으로 오해될 것이다. 서구 이원론은 잘못된 영지주의의 산물이다. 서구의 이원론은 성과 속, 영과 물질, 초자연과 자연, 인간과 신령의 세계를 분리시켰다. 서구 선교사들의 합리주의와 자연주의 세계관은 전통적인 사회들을 점차 영적인 세계와 분리시키고 결국 하나님이 필요 없는 세속화로 몰아가고 있다.

다음에, 선물을 주는 방식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는 데 목적이 있음을 알고, 이것을 통해 성경적인 청지기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성경적인 청지기직은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부와 재산은 모두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시지 않으면 부와 재산은 헛된 것이다. 성경은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라”고 하였다(잠 3:27). 부와 재산으로 교회 지도자들과 가난한 성도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은 성경적이고, 하나님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울 사도는 고린도 교회에 편지하기를 가난한 성도들을 위한 자발적인 헌금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고린도후서 8장 4절에, 마게도냐 교회 성도들은 유대의 가난한 성도들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헌금하여 “성도섬기는 일에 참여”하였다. 이들은 의무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순순한 헌물을 바쳤다. 이들의 자발적 헌금은 성도간의 사랑과 진실함의 표현이었다(고후 8:8). 헌금의 정신은 “부유하신 그리스도의 가난하게 되심을 실천함으로 가난한 자들을 부유하게 하심”이다(고후 8:9). 

교회의 선교에서 선교 후원의 문제는 이러한 성경적 원칙을 따라야 한다. 풍족한 교회가 부족한 교회의 필요를 채워 하나님의 사랑의 관계를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정의 독립을 강조하는 선교부는 재정적으로 고통 받는 현지 교회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후원을 삭감하는 예가 많다. 부유한 선교 본부와 가난한 현지 교회의 관계에서 삼자 원칙, 즉 자주, 자립, 자전의 원칙은 종종 현지 교회에 고통을 줄 수 있다. 처음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전혀 하지 않는 선교부에서부터 자립할 때까지 지원을 점차 줄이는 선교부에 이르기까지 현지 교회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다. 무조건 독립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직접 방문하여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현지 교회가 얼마나 어려운지, 자립은 가능한지, 그리고 선교부가 선교 자금 모금에 얼마나 힘이 드는지 서로가 이해하고 그 과정을 통해 신뢰감을 쌓아야 할 것이다. 만일 선교부의 정치적인 변화에 의하여 선교지에 경제적 지원이 삭감되는 일이 발생된다면 그것을 통해 친밀했던 상호 관계는 악화될 것이다. 한편에서의 일방적인 지원 거부는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부의 공유를 거부하는 것이고 그 관계를 끊자는 말과 같다. 제 3 세계 교회의 독립을 위하여 후원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반드시 현지 교회가 납득할 만한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재정이 넉넉한 데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고통 받는 교회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관계훼손이며 그리스도인의 세계 연대에 금을 가게 하는 것이다. 고린도 후서 8장 14절 “이제 너희의 넉넉한 것으로 그들의 부족한 것을 보충함은 후에 그들의 넉넉한 것으로 너희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 균등하게 하려 함이라”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무단수정.변조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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