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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나의나됨(3)/ 방지일 목사
작성일[2010/11/18 17:57:25]    

 방지일목사의 회고록 나의 나됨 (3)
나의 생애 - 나의 가족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
1911년 평북 선천출신으로서 올해 한국 나이 100세를 맞은 방지일 목사는 지금까지 무려 104권의 저서를 출판했고, 어딜 가나 노트북과 함께 하며, 50년 넘게 매주 월요일이면 20~50명의 목사들이 방 목사의 자택에 모여 성경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방지일 목사의 삶과 신앙이 한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고 이 시대의 스승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래도 일경은 왜 남경의 글귀가 기록되어 있느냐만 가지고 다그쳤다. 그러나 알고 보니 남경로라고 적는다는 것이 “로”자 한 글자가 빠졌던 것이다. 그 다음날의 일기에 남경로에 갔던 일이 생겼다는 변명이 맞아 떨어지게 되었고 이로써 한 고비를 넘겼다.
그 다음으로 씌우는 것은 횡령죄이다. 나는 웃었다. 내 아버지는 목사이신데 횡령죄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하니 한국교회헌금은 상해로 가는 것인데 그것을 갖고 있으니 이것이 횡령죄라는 것이다. 나는 쓴웃음으로 아버지가 거기의 책임자이시니 자기가 지참함은 당연한데 그게 말이 되는가 했다. 그들은 또 억지를 부리면서 상해교회로 가는 것을 옆에 가졌으니 그 죄가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억지를 부리는 것을 보다 못해 나는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고 상고를 한 것이다. 그 때에 교계에서는 상고해 보아야 그 처리가 한 3년 혹은 3개월도 될 수 있으니 차라리 형을 지고 마는 것이 낫다고 상고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었으나 나는 이런 억지에는 마땅히 상고하여야 한다고 내 주장대로 상고하였다. 그 결과 평양 복심 법원에서 드디어 무죄로 판결되었다.

내 아버님은 지극한 효자이시다. 맏아들의 본분을 잘 감당하셨고 부모님께서도 그에 마땅한 대우를 하심이다. 또 내 삼촌들도 맏형에 대하여는 아버지께 대하여 모시듯 함을 보았다. 나는 아버지와 같이 오래 있을 시간은 별로 없었으나 그의 한 마디 말씀이라도 잊지 않고 그대도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지금껏 생생하게 기억난다. 한번은 밖에 나갈 때에 구두끈을 미처 매지 못하고 나갔더니 아버지께서 찾으신다. 밖에 출입을 하면서 신발을 그렇게 신고 나가서는 안 된다고 이르시는 것이다. 또 한 번은 단추를 채우지 않고 나감을 보시고도 찾으신다. 단추나 옷고름이나 밖에 나갈 때에는 정치하게 하고 나가야 하느니라 이르시는 말씀을 한번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기억하며 그대로 산다. 사람을 가르침이 말이 많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말씀이라도 근엄하게 타이른 말은 중심에 박힌다.

나는 중국에 가서 아버지께서 개척한 교회 교인들이, 아버지께서 세례를 준 이들이 한결같이 다 내 아버님을 신앙의 아버지로 모심을 보았다. 내 아버님을 하나님의 사자로 믿고 존경하심이라. 공관청에서도 나를 老方牧師의 아들이라고 하며 중국말로는 쌍궁(雙宮)이라며 특별히 대해 주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들의 존경심은 대단하였다. 교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외인이라도 그렇게 존경하였는데 이는 내 선교의 크나큰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근 20년간 가서 일하고 계셨지만 나는 중국 선교의 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중국말도 몰랐고 생소한 곳이었는데 막상 가 보니 아버지의 후광이 이만저만 하지 않음을 깨닫고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 확신하기도 했다.

당시에 나는 신학을 하면서도 중국 선교사로 대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갖고 있지는 않았기에 친구 박윤선, 김진홍과 같이 웨스트민스터 신학원으로 가기로 하고 한창 수속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당대의 신앙인이어서 미국에 가는 보증을 2,3인씩 얻기가 어려웠으므로 이미 몇 대의 신앙 가정의 배경이 있는 내가 그런 수속까지 밟고 있었던 터라 그들보다 할 일이 더 많았다. 그런데 모든 유학 수속을 마치고 떠나려는 때에 총회로부터 교섭이 왔다. 중국 선교사로 갈 것을 청해 온 것이다. 당시 나의 아버지는 상해 전도목사로 파견이 되어있어서 아버지의 의견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총회 선교위원이신 김석항 목사님께서 총회 선교부 실행위원회 대표로 정식 공문을 보내왔다. 유학 준비는 다 된일이지만 총회의 명이라면 거절할 수도 없어서 얼마간의 유여를 청하면서 생각한 바이다. 어차피 복음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유학인 것인데 총회의 작정이 곧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함을 깨달은지라 ‘예’하고 대답을 하고서 친구들은 미국으로, 나는 중국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실상 당시는 중국사람들에게는 반일, 항일 정신이 어린 아이들의 머리에까지 가득 차 있던 시기였다. 심지어 자던 아이들에게 ‘ 네 원수는 누구냐?’하고 물으면 ‘일본입니다’ 하던 때였다. 그러한 때에 피상적으로지만 일본 국적을 가지고 선교사로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뿐더러 또한 내 나이로서도 발을 붙일 수 없었던 형편이었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께서 그곳에서 지극하게 존경을 받으신 후광이 있었기에 군경들도 뉘 아들이라 함에 나를 신임하였던 것이다. 그 어려운 20여년간 계속 되었던 정변, 국민당시대, 일본시대, 미국시대, 공산당시대가 다 지나도록 한번 안식년도 없이 거기서 살았다. 중국에 처음 가서부터 추방 받을 때까지 저들과 내내 같이 지냈다. 뿐만 아니라 공산치하에서는 도리어 저들이 선교사인 나를 몰래 살린 것이다. 참으로 생각하면 아찔 할뿐이다. 한국 사학자들 간에 그 때에 일본 국적으로는 선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글을 쓴 이들도 있으나, 거기서 일하고 아직 살아있는 내가 있는데 딴 소리를 하는 이들을 보면 어찌 그러는가 의심이 나기도 한다. 이는 실로 하나님의 은혜요, 내 할아버지의 신앙의 배경, 또 선교행각에는 아버지의 후광임을 감사할 뿐이다. 내 아버님의 선교의 후광에 관한 이야기가 좀 길어진 것같다.(계속) 

*사진설명: 1940년 자녀들과 방지일 목사
(사진출처: http://pang.pydp.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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